이*진첫 분사는 예상과 꽤 달랐다.
강한 단향과 파우더리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비릿한 뉘앙스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떠오른 이미지는 뜨거운 여름날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실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듯한 답답함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크리미한 꽃향기와 비누 같은 깨끗한 질감, 오래된 종이와 향을 피운 뒤 남은 공기 같은 분위기가 서서히 드러났다.
하지만 단독으로는 마치 먼지가 켜켜이 쌓인 오래된 절 안에 홀로 앉아 있는 듯한 답답함이 계속 남아 있었다.
순간 잘못 구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 싫어 문득 떠오른 조합으로 레이어링을 시도해봤다. 어떤 향수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지만, 그 순간 로르펠린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강하게 느껴졌던 단향은 거의 사라졌고, 파우더리함도 한층 절제됐다. 막혀 있던 공기에 틈이 생기면서 향은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어냈다.
회색 안개 속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오래된 절이 떠올랐고, 또 다른 조합에서는 안개가 내려앉은 꽃의 풍경처럼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로르펠린은 단순히 하나의 향이라기보다, 레이어링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향수였다.
202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