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헉, 이게 향수라고?!"
몇 년 전, 니치 향수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습니다.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방문해 시향했던 첫 킬리안 향수가 바로 이 '다크 로드(Dark Lord)'였죠.
당시 다크 로드를 시작으로 블랙 팬텀, 인톡시케이티드 순으로 시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마침 '엔젤스 셰어'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대중적이고 호불호가 적은 엔젤스 셰어는 정작 맡아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직원분께서 하필 제 인생 첫 킬리안 시향으로 아주 '빡센' 향수들만 추천해 주신 덕분에(?)
앞으로 킬리안과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해 한동안 멀리하기도 했죠.
다크 로드는 진한 스모키함과 가죽, 그리고 오래된 나무 향 그 자체입니다.
이름처럼 카리스마가 넘쳐서,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뿌릴 법한 향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향은 결코 아니며, 아주 특별한 날에나 어울릴 법한 향수입니다.
레더, 패출리, 정향(클로브), 페퍼 등 알싸하고 자극적인 향료들이 아낌없이 들어갔습니다.
맵고 진한 건 다 들어갔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페놀 수치가 높은 강력한 피트 위스키처럼 말이죠.
이 향수 역시 라프로익의 슬로건처럼 'Love or Hate' 인 것입니다.
아무아쥬나 니샤네 등 중동 하우스의 여러 레더 향수를 접해봤지만,
다크 로드는 그중에서도 결코 평범한 레더 향수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임팩트 때문인지
긴 시간이 지나 이 '다크 로드'를 결국 들이고야 말았습니다.
니샤네의 '우롱차'가 티(Tea) 노트에 플로럴함과 달콤함을 가미해 접근성을 높였다면,
킬리안의 '임페리얼 티'는 본연의 원초적인 차 향에 더 가깝죠.
레더 향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향수들이 레더에 달콤함이나 플로럴한 터치를 더해 타협을 시도한다면,
다크 로드는 타협 없는 진하고 날 것 그대로의 가죽 향을 뿜어냅니다.
나 자신 혹은 상대방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싶은 분들께 킬리안의 '다크 로드'를 추천합니다.
2026.09.11